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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법제처의 "국민법제관 제도"에 부쳐
작성일 2013-10-10 (목) 14:21
출처 법률신문
ㆍ조회: 53  
국민들에게 법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가 간단하지 않다. 철학적, 도덕적, 정치적, 심지어는 종교적으로도 접근이 가능할 만큼 다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국민 개개인이 맞부딪치는 법은 항상 요원하기만 하다. 가장 절실할 때 법은 내 곁에 없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고 어렵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라는 말이 격언 아닌 격언처럼 회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이를 모를리 없었다. 그리하여 법무부 등 유관기관이 나서서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법률용어부터 고치는 작업을 벌여 왔다. 과거 일제시대 잔제로 남아 있던 용어를 우리나라 말로 바꾸고 어려운 한자식 언어를 고유어로 순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국민을 감동시켰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법률규정 자체가 국민들의 실생활과 유리되어 있거나 변화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직접 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법제처가 최근 이러한 현상을 타파하려는 참신한 방안을 내놓았다. 향후 법령의 제·개정작업에 현장에서 느끼는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국민법제관’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지난 1월31일 교통분야 국민법제관 31명을 위촉하였는데 그 중에는 전문가뿐 아니라 녹색어머니회 회원, 모범택시운전자회 회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의 시민단체회원, 손해보험협회 임원 등 현장에서 실무를 경험하는 다양한 국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법제처는 이러한 국민법제관 제도를 산업재산권 분야, 중소기업 분야 등 여러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법제처 홈페이지에 국민법제관 사이트를 개설하여 상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법 제·개정에 국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열린 국정을 지향하는 법제처의 인식과 실천노력이 고무적이라 평가한다. 물론 이러한 국민법제관 제도가 포플리즘의 반영이라고 폄훼할 수도 있고, 공청회에 시민단체를 위하여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고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발상의 전환에 있다. 모름지기 현대 민주주의 대중사회는 대의민주주의로 대변되는 근대 시민사회와 성격이 판이하다.

과거에는 시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자들이 입법권을 가진 의회에서 법을 제정하고 행정 엘리트들이 이 법을 기초로 시행령을 제정하여 집행하는 한편, 역시 사법 전문가들이 자리 잡은 사법부가 법집행의 당부를 감시하는 체제를 유지하여 왔다. 따라서, 시민들은 법의 탄생과 집행에 있어서 수혜자라기 보다는 대상자라는 의식에 사로잡혀 왔다. 그러나, 현대는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자국은 물론 전세계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쌍방향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그리하여 입법, 행정, 사법 어느 분야에서든 국민들의 국정참여와 쌍방향식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오늘날에 있어서 국가의 정통성을 가늠하고 확보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이번에 내놓은 법제처의 시도는 그 시행착오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격려받아 마땅하다. 향후 정치적 논란이 있는 법의 제정과 개정에도 국민법제관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법제처가 또 다른 정책토론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치주의는 국민의 생활 속에서 꽃 피울 수 있어야 한다.  


                                            ----------  법률신문 2011. 2. 11. 게재
                                                              윤배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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