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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정권의 불법사찰, 정치권 사죄해야
작성일 2013-10-10 (목) 14:23
출처 법률신문
ㆍ조회: 93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애플사가 공급하는 스마트폰에 개인의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이 고객의 동의 없이 설치되었다는 이유로 국내외에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구글(Google)이 지역정보수집을 명목으로 개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기업들이 개개인의 정보에 목말라 하는 것은 바로 ‘돈(money)’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개인적인 정보를 통제할 개인의 권리는 행복추구권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헌법적인 권리다. 아무리 공인(public figure)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사생활의 안녕과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구미 각국에서는 이러한 불문율을 어긴 자에게는 응분의 처벌과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이라 할지라도 개인 정보를 잘못 공개하였다가는 큰 낭패를 당한다.

지난 3월 30일 KBS전국언론노조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민간인 사찰문건 2619건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문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 먼저 사찰 대상이 상당히 광범위하다는 데 놀란다. 고위 공무원, 언론, 정·재계의 인물은 물론이고 연예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인물과 접촉한 민간인들도 사찰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읽힌다. 다음으로 사찰의 내용이 적나라하다는 데 다시 놀란다. 대상자의 정치성향, 출신 지역, 정권에 대한 충성도, 업무 스타일, 인사 청탁의 정황 등에서 비롯하여 극히 개인적인 내용까지 망라되어 있다. 특히 한 고위 간부가 내연관계를 맺고 있는 여성과 만나는 장면이 분 단위로 기록되어 있는 문건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여론이 들끓고 청와대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지자 그 동안 말을 아끼던 청와대가 마침내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1일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 나와서 “공개된 문건의 80%는 참여정부 시절에 다수의 민간인, 국회의원, 유력 대선후보 등에 대해 광범위한 사찰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이를 가리켜 ‘물타기’라면서 반발하고 있으나, 홍보수석비서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그냥 넘어가서는 안될 중차대한 문제이다. 이른바 문민정부가 자리 잡고 온 국민이 민주화를 실현하였다고 자부하는 상황에서 역대 정권이 군사독재정권에서 해 온 것 마냥 불법사찰의 관행을 자행해 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권력의 정점이 있던 사람들이 경찰을 동원하고, 국정원 직원을 미행시키면서 개개인의 동선, 취향, 주변 인물을 캐내어 무엇을 얻어내려 한 것일까. 이들 정보가 ‘힘(power)이 되기 때문이었을까. 그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불쾌하기 짝이 없다. 여야(與野) 할 것 없이 그동안 있었던 불법사찰의 실체를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는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 헌법 가치의 존립 문제이기도 하다.  


                                              --------  2012.4.5. 법률신문 게재  윤배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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